[기상청] "하늘사랑" 5월호 기고문 (남성현 교수)
[기후변화와 코로나19, 그리고 공존의 지혜] (11-12 페이지)
남성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에 따라 강의와 회의, 심지어 개인 면담까지도 모두 화상으로 하던 중 〈하늘사랑> 기고 요청을 받게 되자 좀 고민이 되었다. 하늘보다는 주로 바다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내게 〈바다사랑>도 아닌 〈하늘사랑>의 기고 요청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사는 땅 위의 하늘은 저 멀리 바다 위의 하늘과 연결된 드넓은 것이며, 지구 전체를 생각하면 사실 하늘의 2/3 이상이 바다 위에 있고,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물이 증발하여 수증기도 공급하고 있으니 〈바다사랑>과 〈하늘사랑>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오늘날 지구온난화로 증가한 열의 93% 이상이 흡수되었다는 바다를 빼고는 기후변화를 제대로 논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땅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하늘은 바다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아 왔고, 부지불식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예전과 다른 바다, 예전과 다른 하늘을 만들어낸 우리가 이제는 그로부터 생존을 고민하며 다시 과학기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일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이는 이 참혹한 현실에서 생존, 아니 나 혼자만 감염되지 않았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기에, 모두가 다 같이 생존하기 위한 공존의 노력이 날로 절실해 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사망자를 기록하며 인류를 전 세계적 대유행(pandemic)에 빠뜨린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쉽게 진정되기 어려워 보이는데, 가까스로 진정된 후에도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바이러스 쇼크'가 찾아올지 모르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변화된 지구에서 공존의 지혜를 모색하는 일은 여전히 절실한 숙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함께 심각하게 변해가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악화 일로에 놓인 지구환경의 위기를 진단하며 과학자들이 목소리를 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연환경 파괴와 서식지 변화로 인간의 면역체계가 적응하지 못한 바이러스를 지닌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빙하로 덮여 있던 지역의 봉인이 속속 해제되고 있는 오늘날, 과연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을까.
전례 없던 자유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소위 '인간의 시대(Age of Humanity)'를 살아가는 오늘날, 무분별한 자원소비로 경제 성장만을 추구하며 지구환경을 계속해서 악화시키다가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와 '지구생태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 전망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가까운 시기에 인류의 멸종을 피하기가 어려움을 많은 과학자가 경고해 왔다. 더구나 전례 없는 기후변화를 마주하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든 우리는 사회와 국가의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기 쉬운 지구환경으로 악화일로에 있지만, 그 해결을 위한 노력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그렇다고 우리는 지구를 버리고 떠날 수 있는 능력과 자격도 없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성격의 자연재해가 등장하는가 하면, 기후변화로 '기상 이변'은 이제 이변도 아닌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태평양과 같은 대양의 거대 쓰레기나 미세 플라스틱, 미세 먼지와 같은 지구환경 오염 문제는 우리 삶을 점점 더 옥죄어오는 등 이제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은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경고에도 그동안 눈감아왔던 지구환경 파괴에 대한 부메랑이라고도 할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바이러스 쇼크'를 겪고, 얼마나 더 많은 기상 이변을 겪어야만 행동에 나설 것인지 묻고 싶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이 크게 둔화되며 심각한 경제 위기를 걱정하고 있는 인류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오늘따라 하늘과 바다는 봄을 알리며 유난히 맑고 푸르다. 마치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사용해야만 하는지 알려주는 것처럼••••••.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다. 지구의 위기에도 희망은 있다. 결국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외롭고 삭막한 '각자도생'을 선택할 것인가, '공존'의 지혜를 모색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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