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 교수] [경향신문 인터뷰] "독도의 날" 맞아 만난, 해양생태학자 김종성 교수
아래 내용은 우리 학부의 김종성 교수님께서 "독도의 날"을 맞아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의 기사입니다.
"학자이기에, 독도를 위해 펜으로 싸우는 것"
“학자이기 때문에 ‘독도 분쟁’에 투사처럼 나설 순 없지만, 펜으로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43)는 해양생태학적 연구를 통해 독도를 세계에 알린 학자다.
그는 ‘독도가 해양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임을 증명하는 논문을 세계적 권위지인 ‘해양오염학회지’에 최근 게재했다.
김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논문 ‘한국, 동해, 독도: 해양무척추동물 생물다양성의 핫스팟’은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임을 알리는 ‘과학 외교’로서의 성과란 평가를 받고 있다.
독도의날(25일)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경향신문과 만난 김 교수는 ‘독도를 독도로, 동해를 동해로’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동해는 일본해(Sea of Japan)로, 독도는 다케시마(Takeshima)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독도 분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학계에서부터 독도가 우리의 것임을 만방에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논문 제목에 일본해·다케시마를 함께 적지 않고, 오직 독도와 동해만을 단독 표기한 이유입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해양생태학적으로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라고 주장할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독도에 서식하는 해양무척추동물 종들이, 한반도 근해에서 발견되는 종들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반대로, 일본 쪽 해안의 해양생태계는 분명한 차이가 있죠. 그래서 독도에 서식하는 종들이 일본의 환경에서 자란 생물들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자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독도 생태계 연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국내 홍보용’에 그치고 있는 그간의 독도 해양연구의 실태를 보고 나서다. “서울대 해양연구소 독도·울릉도해역연구센터장에 부임하면서 독도의 해역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독도는 국민적으로 관심을 받는 지역이라서 연구가 많이 됐을 줄 알았습니다. 1960년대부터 독도에 대한 해양생물학적 연구가 시작됐음에도 모두 단편적이거나 국내 홍보용에 그친 상황이었죠. 국외에 알려진 논문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009년부터 중구난방인 독도 연구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이번 연구는 지난 50년간 부분적으로만 작성된 40여건의 자료들을 집대성하고 재확인한 결과입니다.”
김 교수의 논문은 독도의 해양생태계를 세계에 보고한 첫 사례다. 김 교수는 독도의 학문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사명감 때문에 시작한 연구지만, 연구를 하다 보니 독도의 학문적 가치가 경이로울 정도였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외딴섬 독도는 극지나 심해처럼 생물이 살기엔 ‘극한 환경’이죠. 하지만 이번 결과로 기록된 해양무척추동물은 578종이나 됩니다. 세계 5대 갯벌이라고 불리며, 해양생물 다양성이 높다고 알려진 서해 갯벌의 624종에 버금가는 수준이죠. 세계적으로 봐도 외딴섬에서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기록된 것은 굉장히 드문 사례입니다. 그야말로 독도는 해양생물의 ‘파라다이스’였어요.”
김 교수는 독도의 학문적 가치를 밝히는 일이 독도의 ‘생물주권’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나라는 영토에 대한 주권을 갖듯이, 바다에서 나고 자란 동식물에 대한 권리도 갖습니다. 생물주권이 확립되면, 자연스럽게 독도가 우리 영해 안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 셈이죠. 그러려면 ‘어떠어떠한 생물이 거기에 있다’라는 객관적 연구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학술적으로 일본에 뒤처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독도 해양생태계 연구를 여러 단체에서 산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독도와 관련된 기관만 우리나라에 수십개가 넘어요. 걔중엔 이름만 ‘독도’를 내건 곳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관련 연구도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정기적이고 통일된 시스템을 적용해 독도를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알렸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