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진 교수] 카오스 '지구' 강연 시리즈 - 점점 늘어나는 초미세먼지, 천천히 부는 바람 탓이라는데...
미세먼지 왜 자꾸 증가할까
풍속 빨라질수록 넓게 퍼져…
초미세먼지 배출량 중 33%가 나무가 내뿜는 유기탄소 때문
'노후 경유차', '고등어', '화력발전소'는 올해 유독 인터넷 검색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많이 올렸다. 정부와 언론에서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微細)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규제도 쏟아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액체·고체 형태의 조그만 입자를 뜻한다. 크기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것을 미세먼지로 본다. 과연 미세먼지 문제는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지난 10년간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 2012년이 최저치였고, 그 이후에 약간 증가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규제 강화로 보인다. 하지만 미세먼지 중에서도 아주 작은 초미세먼지(2.5㎛)의 농도는 감소폭이 전체 미세먼지에 비해 작다. 초미세먼지를 사람이 들이마시면 폐에 쌓여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실제 국민의 건강 증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 중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당 50마이크로그램(㎍, 1㎍는 100만분의 1g)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1~8%씩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초미세먼지는 절반 이상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자연에서 생긴 미세먼지인 황사·꽃가루 등은 비교적 크기가 크다. 반면 버스·트럭의 배기가스, 공장의 굴뚝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아주 작다. 화력발전소의 연기에는 이산화황, 버스·트럭과 같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는 질소화합물이 섞여 있다. 이것들이 여러 개 달라붙으면서 초미세먼지가 된다. 기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크기가 아주 작은 초미세먼지가 된다. 사람이나 소·돼지 등도 초미세먼지를 만든다. 동물의 몸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가 초미세먼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어디에서 많이 생길까. 1년 동안 초미세먼지를 관측한 다음에 초미세먼지를 이루고 있는 화학성분을 분석하면 발생한 원인을 추적할 수 있다. 화력발전소와 같은 공장이 23%, 자동차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가 21% 정도이다. 사람이나 소·돼지 등은 14%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것은 의외로 나무이다. 나무는 유기탄소를 내뿜는데 이 역시 초미세먼지가 된다. 무려 33%를 차지한다. 다만 나무의 유기탄소가 왜 초미세먼지가 되는지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왜 최근 소폭 증가세를 보일까. 이는 풍속과 관련이 있다. 바람이 빠르게 불면 오염원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넓게 퍼지면서 농도가 옅어진다. 반면 바람이 천천히 불면 초미세먼지는 오염원 주변에 머무르면서 농도가 짙어진다. 지난 20년간의 풍속을 살펴보면 2012년에 평균 풍속이 가장 빨랐다. 결국 2012년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옅은 것은 바람이 빠르게 많이 불었기 때문이고, 그 이후에 조금씩 농도가 짙어진 것은 바람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풍속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은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추정할 뿐이다.
하루 동안의 미세먼지 변화량을 측정해보면 한국은 미국·유럽 등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출근 시간에 올라갔다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한번 올라간 농도가 자정까지 유지된다. 그만큼 질소화합물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자동차를 하루종일 많이 이용한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새벽이나 아침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낮에 만들어진 초미세먼지는 새벽에 지표면에 가라앉는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들이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침에 운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면역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대도시 밖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정책이 오히려 대도시의 대기오염을 부추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베이징이다. 베이징은 외곽으로 공장을 모두 이전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는 전기 사용과 인구밀집 등으로 인해 주변 지역보다 섭씨 1~2도가량 높은 열섬 현상이 일어난다. 온도가 높은 곳의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주변 지역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드는 순환이 생긴다. 결국 베이징 주변의 공장에서 뿜어져 나온 초미세먼지가 다시 베이징으로 밀려들게 되는 것이다. 환경 정책이 어느 한 부분만 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기사는 재단법인 카오스의 '지구' 강연 시리즈 중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박록진 교수가 진행한 '미세먼지는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를 요약·재구성한 것입니다.
초미세먼지는 절반 이상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다. 자연에서 생긴 미세먼지인 황사·꽃가루 등은 비교적 크기가 크다. 반면 버스·트럭의 배기가스, 공장의 굴뚝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아주 작다. 화력발전소의 연기에는 이산화황, 버스·트럭과 같은 자동차의 배기가스에는 질소화합물이 섞여 있다. 이것들이 여러 개 달라붙으면서 초미세먼지가 된다. 기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크기가 아주 작은 초미세먼지가 된다. 사람이나 소·돼지 등도 초미세먼지를 만든다. 동물의 몸에서 배출되는 암모니아가 초미세먼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어디에서 많이 생길까. 1년 동안 초미세먼지를 관측한 다음에 초미세먼지를 이루고 있는 화학성분을 분석하면 발생한 원인을 추적할 수 있다. 화력발전소와 같은 공장이 23%, 자동차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가 21% 정도이다. 사람이나 소·돼지 등은 14%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것은 의외로 나무이다. 나무는 유기탄소를 내뿜는데 이 역시 초미세먼지가 된다. 무려 33%를 차지한다. 다만 나무의 유기탄소가 왜 초미세먼지가 되는지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왜 최근 소폭 증가세를 보일까. 이는 풍속과 관련이 있다. 바람이 빠르게 불면 오염원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넓게 퍼지면서 농도가 옅어진다. 반면 바람이 천천히 불면 초미세먼지는 오염원 주변에 머무르면서 농도가 짙어진다. 지난 20년간의 풍속을 살펴보면 2012년에 평균 풍속이 가장 빨랐다. 결국 2012년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옅은 것은 바람이 빠르게 많이 불었기 때문이고, 그 이후에 조금씩 농도가 짙어진 것은 바람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풍속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은 아직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추정할 뿐이다.
하루 동안의 미세먼지 변화량을 측정해보면 한국은 미국·유럽 등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미세먼지의 농도가 출근 시간에 올라갔다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한번 올라간 농도가 자정까지 유지된다. 그만큼 질소화합물 초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자동차를 하루종일 많이 이용한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새벽이나 아침에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낮에 만들어진 초미세먼지는 새벽에 지표면에 가라앉는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들이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침에 운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면역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대도시 밖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정책이 오히려 대도시의 대기오염을 부추기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베이징이다. 베이징은 외곽으로 공장을 모두 이전했다. 하지만 대도시에서는 전기 사용과 인구밀집 등으로 인해 주변 지역보다 섭씨 1~2도가량 높은 열섬 현상이 일어난다. 온도가 높은 곳의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주변 지역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드는 순환이 생긴다. 결국 베이징 주변의 공장에서 뿜어져 나온 초미세먼지가 다시 베이징으로 밀려들게 되는 것이다. 환경 정책이 어느 한 부분만 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기사는 재단법인 카오스의 '지구' 강연 시리즈 중 서울대 지구환경공학부 박록진 교수가 진행한 '미세먼지는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까'를 요약·재구성한 것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5/20161125017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