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Woods Hole 해양 연구소의 Senior Scientist, 권영오 박사님을 만나다

2022-10-11l 조회수 3741

『미국 Woods Hole 해양 연구소의 Senior Scientist, 권영오 박사님을 만나다』

 



권영오 박사 | WATS 인터뷰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박사님께서 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지금 보시는 게 제가 지금까지 쓴 60개 이상의 논문 제목을 모은 그림입니다. 보시다시피 변동성에 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고, 해양과 대기 순환, 대서양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더 세부적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지 소개해 드리면, 한 마디로 ‘해양-대기 상호작용이 기후 변동성과 변화에 미치는 영향’라고 할 수 있고, 규모는 공간적으로 basin-scale, 시간적으로는 수년에서 수십년입니다. 그걸 공부하기 위해 해양 쪽에서는 해양 순환이나 수괴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위 이야기하는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즉 여러분들이 수업시간에 들어보았을 해양 컨베이어벨트나, Gulf Stream, Kuroshio, mode water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대기에서는 제트기류, 폭풍, blocking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역사적으로는 대기 순환이 해양 순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많이 연구가 되었는데, 거꾸로 해양이 대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상태예요. 제가 하는 연구의 많은 부분이 후자고요. 해양과 대기는 특성이 상당히 다른데, 대기의 주기성은 일주일 정도로 빨리빨리 변해요. 그리고 대기는 무슨 변화가 있으면 기억을 잘 못해요. 해양은 훨씬 오래 가지요. 그래서 해양이 대기의 기후에 대한 기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그러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해양과 대기라는 서로 다른 분야를 접목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 여러 가지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데요, 대규모 기후 변동성이 연안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특별히 수산 쪽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연구하고 있고요, 제가 주로 연구하는 부분은 중위도 해양-대기 상호관계인데, 중위도의 그런 기작들과 해빙이 녹는 등의 북극의 변화와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기상예보를 하듯이 지구시스템에 대한 중장기 예측과 예보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각종 기작들에 대한 연구와 서로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야 해서, 그런 것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Q2. 학부생 시절 진로 탐색을 위해 특별히 해보신 활동이 있으신가요?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진로탐색이요? 실망스러운 답변일 수 있지만, 별로 없습니다. 정말로요. 옛날엔 지구환경과학부가 있지 않고 해양학과가 따로 있었는데요, 해양학과에 입학하고 재밌게 놀다가, 성적이 잘 안 나오면 고생하고, 그랬었던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됐던 경험은 대학교 4학년 때 했던 연구실 체험 프로그램이었어요. 해양 순환에 관한 연구를 체험했는데, 재밌더라고요. 평소에 연구가 할 만한 일인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 연구실 체험 경험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데 영향을 끼쳤습니다. 원래 대학원을 가고 싶은 쪽이었는데, 마음을 굳히는 계기였습니다.

 

Q3. 세부 전공으로 물리해양학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해양학에는 크게 6개 정도의 세부분야가 있습니다. 물리해양학, 생물해양학, 화학해양학, 지질해양학, 해양공학, 해양정책 중 생물, 화학, 지질해양학 수업을 들었는데,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데 물리해양학 만큼은 재미가 있었고, 물리해양학은 해수의 움직임을 다루기 때문에 해양학의 기본이 되는 분야라고 느끼며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됐습니다.

 

Q4. 해외 박사과정을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가령 연구 분야의 국내와 해외의 인프라 차이 같은 것이 원인이 되었을까요?

A: 가장 큰 이유로 저는 밖의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주변에 MIT와 같은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오신 교수님 선배님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오 나도 저런 데에서 공부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분들을 거의 동경하는 마음으로 해외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워싱턴 대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으로 동해 연구를 했었는데, 박사과정에 합격한 두 대학교 중 한 곳은 동해 연구를 계속 이어서 했어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를 하고 싶어 워싱턴 대학교를 선택했습니다.

 

Q5. 외국 대학원과 우즈홀 연구소에서 느낀 특징, 어려움, 국내 연구환경과의 차이점이 있나요? 해외 대학원 진학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가장 큰 어려움은 말이 안 통하는 것이었죠. 한국 음식 먹고 싶고, 가족도 보고 싶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즉 주위에 있는 연구원들을 보면 공부하고 연구하는 곳임은 똑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문과 연구라는 공통점이 꽤나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지구과학은 물리, 화학에 비해 학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좀 작은데, 그 작은 커뮤니티 속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서로 친하고 도움을 잘 주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Q6.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준비해야 하거나,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경험 혹은 능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에도 체험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거는 굉장히 많아요. 한국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을 해보고 해외를 갈지 안 갈지, 어디로 갈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실제로 연구실 체험을 했었을 때 맡았던 업무가 종이에 인쇄된 자료를 컴퓨터로 옮겨 치는 전산화 작업이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단순한 일이었는데도 연구실 체험이 어렵고 두려워할 경험도 아니었고, 연구원으로서 일을 하는 것이 재밌다는 걸 깨닫게 해준 경험이었죠. 그래서 꼭 한국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새롭고 많은 것들을 도전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Q7. 해당 전공에서 꾸준히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스스로 잘 선택했다고 느꼈던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언제 그러한 것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사실 매일 그렇게 생각합니다. (웃으며) 와이프와 딸이 지금 하는 일에 후회한 적 없냐고 종종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항상 후회한 적이 없다고 답해요. 조금 운 좋게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감이 있지만요. 함께 일하는 연구원들과도 종종 하는 이야기지만, 연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너무 재밌는 주제가 많고, 그 중에서 어떤 연구를 할지 배부른 고민을 한다는 것입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그 선택에 있어 자신만의 원칙을 적용하면 후회되는 선택은 없을 거예요. 저는 새로운 일을 해보는 방향으로 항상 선택을 했습니다. 사실 이것도 다 지나고 나서 결과론적으로 보았을 때 새로운 것 쪽으로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당시에 저는 제가 원하는 선택들을 한 것 같아요.

 

Q8. 살아가면서 선택을 할 때가 많은데,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어떤 선택은 무엇인가요?

A: 글쎄요, 삶은 선택의 연속이지요. 정답은 제 와이프와 결혼한 것? (웃음) 일에 관련해서 잘 했다고 생각한 것을 딱 하나 고르기는 쉽지가 않아요. 그런데 제가 결정을 할 때 공통적으로 원칙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안 해본 것, 새로운 것들을 주로 택했어요. 포닥 때 연구소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중 하나였던 (현재 일하는) WHOI에서는 워싱턴 대학의 박사과정에서 원래 하던 연구를 계속하자고 했고, 다른 하나였던 미국 대기과학연구소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 에서는 기후모델을 이용한 대기 연구를 할 수 있었는데, 결국 안 해본 것을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안 해본 것을 하는 게 위험하기는 해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좋은 결과들이 나왔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위험한 건 사실이기에, 모든 사람에게 권할 수는 없네요. 언제나 새로운 것을 택하자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 새로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Q9. 대학원에서 연구하신 북대서양 및 동해의 대규모 순환과 수질 변동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합니다. 대학원에서의 연구 주제와 다른, 대기-해양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가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때, 동해 연구를 했어요. 동해는 굉장히 특이한 곳이에요. 저희는 동해를 natural laboratory라고 해요. 동해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북대서양처럼 대양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대부분 담겨 있어요. 북대서양의 북쪽에서는 겨울이 되면 찬 바람 때문에 열을 잃어 무거운 수괴가 가라앉아 전 세계의 해수 순환 컨베이어 벨트의 시작이 되는데, 이런 대부분의 기작들이 작지만 동해에서도 똑같이 일어나요. 대서양의 Gulf Stream처럼 동해에도 유사한 해류들이 있어요. 그런데, 북대서양의 이런 변화가 일어나려면 몇 백 년이 걸리지만, 동해에서는 몇 십 년이면 돼요. 그래서 실제로 관측을 계속하면 동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대양에 적용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한국에는 동해에서 연구를 하고, 미국에 와서는 대서양 쪽을 연구하게 되었는데, 이런 비슷한 면이 있어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대기-해양 상호작용, 특히 중위도에서 해양이 대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된 것은 역사적으로 크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개인적인 계기로는 제가 박사과정 때 굉장히 영향력이 큰 논문이 하나 출판되었어요. 서유럽의 기후가 미국 동부보다 훨씬 온화한데, 멕시코 만류가 열을 끌고 올라가서 서유럽이 온화하다는 것이 그때까지의 정설이었는데, 그게 아니라 해양은 하는 일이 거의 없고, 전부 대기가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어요. 해양이 대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해양 쪽에서 제대로 연구하던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해양학자들은 효과적으로 반박을 못했어요. 그때 이런 연구를 하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마침 운이 좋았던 게, 그때 여러 사람들이 해양 쪽에서 하는 연구의 필요성을 느껴 연구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젊은 치기에서 해양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대기-해양 상호작용을 연구하게 되었어요.

 

Q10. 마지막으로, 현재 몸 담고 계시는 물리해양학이 마주한 과업은 무엇인가요? 연구의 최전선에 계신 분의 입장에서, 그런 과업을 이루기 위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학부생들은 어떤 자세로 학업에 임해야 할까요?

A: 너무 심각한 질문이네요. (웃음) 글쎄요. 아마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명 다 다른 대답을 할지도 모르지만 제 입장, 기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현재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해양이 기후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물리해양학 쪽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해양 순환이 변하고, 그 변화가 기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해양이 열과 탄소의 엄청난 저장고인데, 이런 것들이 해양 순환에 의해 저장 능력이 변하고, 이것이 다시 기후 변화의 속도와 양상을 변하게 합니다. 해양과 대기가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열에너지를 가져가는 열수송이 북극의 해빙에 영향을 받기도 해요. 이렇게 해양 순환과 기후 변화가 어떤 상호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이것이 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어떤 자세로 학업에 임해야 할까요… 열심히 하세요. 열심히 하시고, 즐겁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하는 것이 즐겁지 않으면 한 번씩 ‘이거 하는 게 맞나?’ 하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여러 가지 공부, 연구 주제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던지면서 공부하세요.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마시고, 답이 없거나 바보 같은 질문도 괜찮아요. 그러면서 한 발짝씩 나가시면 될 겁니다.

 

 

 

 

***** Profile *****

 

 1996.                   Seoul National University, Oceanography
 1998.                   Seoul National University, Physical Oceanography
 2003.                   University of Washington, Physical Oceanography
 2003.12.-2006.10. Postdoctoral Scientist, Climate Analysis Section/Climate and Global Dynamics Division,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
 2006.03.-2006.10. Visiting Scientist, Climate Analysis Section/Climate and Global Dynamics Division,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
 2006.11.-2010.10. Assistant Scientist, Dept. of Physical Oceanography, WHOI
 2010.10.-2018.11. Associate Scientist, Dept. of Physical Oceanography, WHOI (Tenured since May 2014)
 2018.12.-현재        Senior Scientist, Dept. of Physical Oceanography, W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