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승부입니다

2021-04-13l 조회수 1261
안녕하세요, 작년 가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 환경공학부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박승부라고 합니다. 요즘 선후배님들은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연구와 진로 등에 대한 고민으로 힘드신 선후배님들도 계실 텐데 답답한 상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아 걱정이 됩니다. 저 역시 작년 여름까지 그런 고민으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제는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지내지만, 돌이켜보면 한없이 무겁던 고민들이 어쩌면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세어보니 저는 졸업 후 배봉산 자락으로 오기 전까지 네 곳에서 연구 경험을 쌓았네요. 지환부를 제외한 세 곳은 컬럼비아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 연구실, 부산대학교 IBS기후물리연구단, 그리고 (재)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이라고 하는 성격이 꽤 다른 기관들인데 오늘은 이들 세 기관에서의 경험을 선후배님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대류·도시기상연구실의 백종진 교수님 지도 아래 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난류흐름을 모델링하고 운동량과 열수송에 가장 중요한 난류고유구조를 찾아내는 연구를 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3년 여름에 졸업해서 동연구실에서 1년 더 연구하면서 해외 기관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습니다. 제 경우에는 박사과정 내내 사용했던 큰에디모사(Large-Eddy Simulation) 모델을 잘 다루는 사람을 찾던 한 교수님과 연이 닿아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에서 2년 7개월 동안 연구 경험을 쌓았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에서는 큰에디모사 모델을 사용하여 열대 해양에서 나타나는 적운을 모델링하고 각각의 구름을 식별하고 또 구름의 경계면에서의 유입/유출량을 계산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포닥 지도교수님이 개발했던 적운모수화 방안을 NASA의 GISS 기후모델에 적용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하였습니다. 적운모수화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현업모델 개발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연구와는 별개로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지내며 인상에 깊이 남은 것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다들 호칭 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놀라웠고, 자유롭게 토의하는 모습은 부럽기도 했습니다. 반면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종종 무리한 부분을 너무 당당하게 요구해서 심적으로 힘들 때도 있다고 하네요. 개개인의 자유롭고 당당한 모습은 좋았지만 학교든 다른 기관에서든 너무 느린 행정 처리는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는 유명한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자주 열곤 했는데 그때마다 학문적인 자극을 받아 자신을 채찍질하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해외 기관에서의 경험은 확실히 제 시야를 넓혀주고 학자로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부산대학교 IBS기후물리연구단입니다. 뉴욕에서 2년 이상 지내다 보니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하여 한국에서 연구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보던 중 기회를 얻게 되어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대학교로 왔습니다. IBS기후물리연구단에서는 기초적이면서도 다른 기관에서 수행하기 힘든 기후물리 연구를 자유롭게 그리고 도전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기후(paleoclimate), 인류의 대륙간 이동, 그리고 기후변화 등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약간은 인문학적인 센스(?)가 필요한 주제를 연구하였고, 저는 도시의 확장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미래의 도시기후를 모델링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아쉽게도 아내가 육아 휴직을 마치고 경기도로 복직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10개월 만에 연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IBS기후물리연구단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죄송한 마음뿐이네요. IBS기후물리연구단은 단장님이 외국분이시기도 하고 외국인 연구원도 많아서 전체적으로 꽤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단장님의 인맥과 노력으로 유명한 연구자들도 종종 와서 세미나하고 토의하는 등 해외대학교 못지않게 좋은 기회가 많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제가 일했던 곳은 (재)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이하, 한수예)입니다. 한수예는 한국의 독자적인 전지구기상예보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단이고요, 저는 막바지에 합류하여 사업단이 해산될 때까지 1년 10개월 동안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한수예는 날씨예보에 쓰일 모델을 만드는 곳이라 보안이 철저하고 복무기강이 약간 엄격한 딱딱하면서도 체계가 잘 잡힌 곳이었습니다. 수습 기간 동안에는 기안을 올리는 서류작업에 적응하느라 꽤 힘들었네요. 대신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 유연근무제를 쓸 수 있고 저처럼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있는 경우 근로시간이 단축되어 해가 떠 있을 때 퇴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대신 일과시간에는 회의도 있고 퇴근 전에 일을 끝내기 위해 꽤 타이트하게 지냈습니다.

한수예에서 만든 모델의 이름은 KIM(Korean Integrated Modeling system)인데요, 개발팀에서 KIM을 업데이트하면 검증팀에서 마련한 툴을 가지고 검증하고 또 분석팀에서 정량적인 그리고 정성적인 부분까지 분석하여 피드백을 주고 다시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때까지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때로는 팀을 가리지 않고 연구원들이 개별적으로 직접 업데이트하고 검증·분석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업데이트는 만족스러운 스코어를 얻지 못하거나 북반구 어딘가에서 편차가 너무 커서 KIM의 다음 버전에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수예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본인이 한 주 동안 수행한 연구 내용을 정리하여 업로드하고 또 다 같이 모여 업로드된 내용을 각 팀의 팀장이 브리핑하고 같이 토의하곤 했습니다. 보고하는 과정을 번거롭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제 경우는 한 주 동안의 업무를 정리하면서 자기 관리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모든 팀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KIM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같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재작년에는 기상청 예보관님들이 KIM의 테스트 결과를 평가하는 자리도 종종 중계받아 보곤 하였는데요, 단장님과 연구원들이 같이 가슴 졸이며 코멘트를 듣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덤으로 넘사벽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예보 결과를 1년 10개월 동안 보면서 기상선진국에 대한 콤플렉스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KIM이 작년부터 기상청 날씨예보에 활용되고 있어 대한민국의 날씨예보시스템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곤 합니다.

지나고 보니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기관에서 일하다 나와 마무리 짓지 못한 부분들이 계속 생각나 너무 아쉽고 또 죄송스럽네요. 저는 매번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굉장히 답답하다가 ‘이제는 포기해야 하나?’라고 되뇔 때 갑작스럽게 일이 풀리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혹시 지금 답답한 상황을 마주하고 계신 선후배님들께도 예상치 못한 기회가 꼭 찾아올 겁니다. 그때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시라고 당부하고 또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마스크 벗고 인사드리길 간절히 바라며 칼럼을 마무리합니다. Stay safe!



***** Profile *****

2005 서울대학교 물리학부 (이학사, 대기과학 복수전공)
2007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학석사)
2013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학박사)
2013.9.-2014.8.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2014.9.-2017.4. 컬럼비아대학교 지구환경공학부 부연구원
2017.5.-2018.2. 부산대학교 IBS기후물리연구단 연구교수
2018.3.-2019.12. (재)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선임연구원
2020.1.-2020.8.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2020.9.-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