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과학부 후배님들께

2021-03-31l 조회수 899
안녕하세요, 저는 졸업생 김성룡입니다. 저는 2000년에 지구환경과학부 학부를 입학하여, 2014년 이준기 교수님 지도 하에 지진학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현재는 호주국립대학교(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서 포닥 연구원으로 있습니다.

저의 주요 관심 분야는 지구 내부 구조를 지진학적 방법을 통해 영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구조적 발달과정을 추론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병원에서 MRI를 검사를 통해 우리의 몸 속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지구라는 매질을 전파하는 지진파를 통해 지구 내부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과 동아프리카 열곡대의 지각과 맨틀 구조를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컴퓨팅 파워를 지진학적 방법에 이용하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연구자의 주관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지진 자료의 분석과 결과의 해석 과정에 있어, 가능한 정보를 인위적으로 왜곡하지 않고 객관적인 불확실성을 확률론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베이시안 역산 방법을 개발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호주국립대학교에서 속한 연구 그룹인 Seismology & Mathematical Geophysics는, 이러한 지진학을 이용한 지구구조 연구와 수학적/통계적 방법론을 지진학에 적용하는 연구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저의 학문적 관심분야와 일치하는 면이 큽니다. 특히 베이시안 방법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컴퓨터 의존적인 새로운 지구물리학적 방법에 있어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서울대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연구실과 집을 오가는 생활로 큰 차이가 없지만,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지구과학 분야의 연구자와 학생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 이외의 측면에서 보자면, 호주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저는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캥거루가 뛰노는 다양한 지형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학부시절의 저는 그다지 목표가 뚜렷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평범한 학생으로 20년을 보내고 처음 겪는 서울에서의 생활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고, 막연히 선택한 군 입대는 더 큰 좌절을 가져오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군복무 후반부에 많은 철학, 과학, 예술, 문학 관련 서적들을 읽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주변의 시선과 다른 모든 것에서 멀어져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과학자로서 연구를 하고 싶고, 특히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컴퓨터를 이용하여 물리적인 현상을 연구하고 싶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물리학은 이러한 조건을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분야였기에 자연스럽게 석사 진학을 하게 되었고, 목적이 뚜렷했기에 정말로 즐기면서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의 석사학위 지도교수님이셨던, 현재는 명예교수님이신 박창업 교수님의 학문을 대하시는 모습과 졸업하신 선배들이 모두 연구에 전념하시는 모습은 지진학이라는 현재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 때 박사학위를 위해 유학을 고려하기도 했었지만, 당시에는 당장 눈앞의 연구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어서 유학 준비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이준기 교수님께서 새로 부임해 오셔서 자연스럽게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저의 박사과정은 조금 특이하게도 하나의 뚜렷한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지진학에 있어 다양한 가능성들을 시험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준기 교수님은 학생들을 동료 연구자로 보고, 연구실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셨습니다. 연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은 아니지만, 제법 큰 계산용량의 컴퓨터 클러스터를 직접 만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시작은 개인적인 취미에 가까웠지만 그 과정에서 슈퍼컴퓨터의 구조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앞서 말한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학부 후배분들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권유합니다. 교환학생이나 인턴십과 같은 전공과 관련된 활동에서부터 국내외 여행을 하거나 전공 분야 외의 수업을 수강하는 등 나름의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또한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독서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상투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경험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힌다는 것은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알게 되면, 그 이후는 현재의 일에만 충실하면 많은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 믿습니다.


***** Profile *****
호주 국립대학교 | 김성룡 박사 srkim24@gmail.com
2000.03-2007.02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지구시스템과학전공)(이학사)
2007.03-2009.02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지진학전공)(이학석사)
2009.03-2014.02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지진학전공)(이학박사)
2014.03-2014.09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원
2014.10-현재 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Postdoctral fe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