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도현입니다

2026-09-30l 조회수 45

『안녕하세요 박도현입니다』

 

                           

박도현 | KIST 기후환경연구소 기후탄소순환연구단 

안녕하세요. 2023년 8월 기후환경실험실(김상우 교수님)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KIST 기후환경연구소 기후탄소순환연구단에서 에어로졸(미세먼지)과 구름 관측 연구를 맡아 수행하고 있는 박도현이라고 합니다. 행정실 선생님께 동문 칼럼 제안을 받고 무엇을 써야 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대학원 시절 전체의 기록을 백업해 둔 폴더를 오랜만에 열어 본 후 시간 순서대로 정렬해 보니 기후환경실험실에서의 첫 팀 미팅 발표 자료였던 ‘박인턴.pptx’가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제가 대학원 시절 동안 어떤 경험들을 해 왔는지,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 하는 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순서대로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제 대학원 생활은 제주 고산 지구대기감시소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NOAA(미국해양대기청)의 협력을 받아 운영해 온 세계기상기구 지구대기감시(WMO/GAW) 지역급 관측소로, 동아시아에서 흘러나오는 에어로졸의 광학·물리 특성을 연속 관측하는 지점입니다. 처음 따라간 연례 유지보수 때 NOAA의 Patrick Sheridan 박사님께서 네펠로미터 기기의 보정을 진행하시고 난 뒤 별도의 장비 교육 세션을 진행하시며 저를 포함한 대학원생들에게 다시 조립해 보라고 하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2016년 태풍 피해 뒤 전체 에어로졸 관측 시스템을 기상청 건물로 옮기면서 인렛 설계부터 장비 배치까지 처음부터 다시 구성해 본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약 70회에 달하는 고산 출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관측소 운영 실무를 맡으면서 WMO/GAW 연구진 및 NOAA·NIMS(국립기상과학원)·NIES(일본 국립환경연구소) 연구진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었고, 견고한 국제 협력 네트워크 하에서 대기 환경 관측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여겨지는 직접(in-situ) 관측 자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익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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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 뒤 기상청 새 건물로 관측 시스템을 옮겨 설치를 마친 직후의 고산 지구대기감시소(2017년 2월 10일). 좌측 사진의 메인 인렛을 통해 에어로졸이 샘플링되고, 우측에 위치한 기기들에 나눠져 공급되어 에어로졸의 광학/물리 특성을 직접 관측합니다>

 

박사 학위 연구 주제는 대기 중 신규 입자 생성(new particle formation)이었습니다. 황산과 같이 휘발성이 낮은 기체가 수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로 뭉치고 성장하여 구름 응결핵 역할을 하게 되는 과정으로, 에어로졸과 구름물리 양쪽에 걸쳐 있는 주제입니다. 2016년 KORUS-AQ 캠페인 항공 관측 자료로 시작하여, 코로나 봉쇄 조치로 인해 중국 배출이 줄었던 2020년 봄철 한반도에서 신규 입자 생성이 함께 줄어든 것을 확인하였고, 학위 논문에서는 전 세계 관측 지점으로 범위를 넓혀 신규 입자와 구름 응결핵이 함께 감소해 왔음을 관측 기반으로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졸업 후 17개국 연구자들과의 국제 협력 논문으로 이어졌습니다.

 

KIST 기후환경연구소는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 위치한 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을 목표로 대기환경·탄소순환·물순환을 관측과 챔버 실험, 모델로 함께 연구하는 곳입니다. 대학교 연구실이 하나의 주제를 학술적으로 깊게 연구하는 곳이라면, 출연연은 국가 단위의 장기 과제를 여러 PI(연구책임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나누어 맡고, 대형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여 국민 체감형 연구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출연연 환경 하에서 기후환경연구소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인 세계 최초 팽창/대류식(듀얼모드) 구름챔버 설계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구름챔버는 통제된 환경에서 구름 형성을 유도하여 구름 미세물리과정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실험 시설입니다. 여러 PI가 기계·전자·구름물리·에어로졸 분야를 나누어 맡아 대형 실험 시설을 구축하는 일은 출연연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는 것을 매일 실감하고 있습니다. 연말 설치가 완료되면 구름 미세물리 과정 탐구를 위한 여러 실험이 잘 수행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제 협력 연구 또한 KIST에 와서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4년 봄, NASA와 함께한 ASIA-AQ 캠페인에서 KIST 지점 지상 관측을 맡아 서울에서는 최초로 구름 속 얼음을 만드는 '얼음핵 입자'를 시간 단위로 측정했습니다. 올여름에는 독일 율리히 연구소에 가서 대형 챔버 안에 소나무와 편백나무를 심어 놓고 미래 기후처럼 덥고 오존이 많은 조건을 만들어, 식생이 내뿜는 물질이 에어로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한·독 공동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부터는 미국(LLNL)·일본(JAMSTEC) 연구기관과 함께 고산과 일본 후쿠에섬의 관측 자료를 이용하여 기후 모델을 개선해 동아시아 에어로졸의 기후 효과를 평가하는 공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그 첫 단계로 고산에 KIST 관측 지점을 구축하였는데, 인렛을 세우고 장비를 배치하다 보니 2017년 에어로졸 관측 시스템 이전 작업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한·미·일 국제 공동 연구진 및 일본 측 잠재적 연구 파트너와의 그룹 사진(한미일 공동 워크숍, 2025년 10월 20일)>

 

후배님들은 저와 분야와 상황이 매우 다를 것이기 때문에 조언을 드릴 부분이 많지 않지만, 진로에 참고가 되실 수 있는 부분을 간결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출연연이라는 진로에 대해서입니다. 지구환경과학부 학생들은 보통 학교 안에서만 연구하기 때문에 출연연의 환경을 겪어 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저는 학위 과정 막바지 서울대–KIST 학연 사업 수행 과정에서 KIST 연구자들의 세미나와 학연 컨퍼런스 등을 겪어 보면서, 출연연이 어떤 연구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 곳인지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연 과제나 세미나, 공동 연구처럼 출연연을 가까이에서 겪어 볼 기회가 온다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고 적극 참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연구에 기반이 되는 자료에 관한 것입니다. 관측이든 모델이든, 남이 가공해 준 자료가 아니라 원자료부터 직접 만들고 다뤄 본 경험은 어디에서든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고, 출연연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학생 때 고산에서 관측 자료를 직접 만드는 일과 전 세계 관측소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모두 겪어 본 것이 출연연에 와서도 가장 큰 밑천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저 스스로도 새삼 느낍니다. 어떠한 분야를 연구하고 계시든 자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번은 처음부터 끝까지 겪어 두는 것이 당장은 시간이 많이 드는 연구 외 잡일처럼 느껴지시겠지만,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자료를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되고 시행착오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는 효율적인 마무리로 완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위 과정을 지도해 주신 김상우 교수님, 같이 연구해 온 선후배님들, 그리고 학생 때나 지금이나 늘 챙겨 주시는 행정실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구환경과학부의 모든 분들께서 건강하시길 바라고, 출연연 연구원의 일이 궁금한 후배님들께는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