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일령입니다
『안녕하세요, 조일령입니다』
조일령 | 한국수출입은행
안녕하세요 저는 2020년 12월부터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조일령입니다. ‘은행이라니, 내가 지금 동문 칼럼을 읽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칼럼 작성 얘기를 주셨을 때 2년간 짧은 석사 생활만 마치고 졸업한 제가, 더군다나 연구한 내용과 크게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있지도 않은데 보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이강근 교수님의 말씀에 걱정은 조금 덜어두고 제가 일하는 분야를 소개해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가 일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은 공공기관의 일종(기타 공공기관)으로 일반 예금이나 카드 업무 없이 크게 공적수출신용 기관, 대외경제협력기금 운영, 남북협력기금 운영,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자금 공급 등의 4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문직 행원으로 입사하면 은행 내의 다양한 업무를 일정 주기마다 순환하며 담당하게 됩니다. 전문직 행원으로는 경영, 경제, 섹터 개발, 환경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저는 환경 직렬로 입행하여 4년여 동안 3개 부서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오늘은 그 중 공적수출신용기관으로서 한국수출입은행의 환경업무에 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공적수출신용 기관(Export Credit Agency)이란 자국의 수출 촉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출, 보증, 보험 등의 공적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을 말합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 대부분이 ECA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 공사가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진 1 한국수출입은행>
ECA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은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수행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프로젝트에는 호주 희토류 광산 개발사업, UAE 해수 담수화 사업,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설비 건설사업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수입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수출입은행은 금융지원을 결정하기 전에 프로젝트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충분한 저감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 후에도 이를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환경사회심사를 전담하는 부서에서 주로 근무하며 환경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금융지원이 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이었다면, 실제로 사무실과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지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프로젝트 지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에 차주로부터 현 단계에 파악가능한 정보가 담긴 개략적인 환경위험검토표를 제출받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사회에 미칠 영향 정도에 따라 가장 그 수준이 심각하고 광범위한 A등급부터 영향이 극미한 C등급까지 등급을 부여합니다.
이후 단계부터는 등급에 따라 조치 정도에 차이를 두어 관리합니다. A등급 사업의 경우 독립적인 기관에서 작성한 환경사회영향평가보고서(Environmental and Social Impact Assessment, ESIA)를 제출하여야하며, 이러한 영향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관리계획(E&S Management Plan, ESMP) 역시 별도로 수립하여 제출하도록 합니다. ESIA의 경우 일반적으로 토양, 지하수, 대기 등 기본적인 환경 영향에 더해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지역 주민 및 문화재에 대한 영향과 같은 사회적인 영향 역시 검토하며 프로젝트별 특성에 따라 방사선에 의한 영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프로젝트가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 중 보고서에 담겨 있는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사업주나 이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타국 ECA의 환경담당자들과 논의를 위해 현장에 출장을 가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노던 준주 지역 등 다양한 나라들을 방문하였는데, 쉽게 갈 수 없는 지역들을 방문해 볼 기회이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글로만 보던 것들을 눈으로 확인하며 업무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진 2 사우디아라비아 현장 사진>
이렇게 출장을 통한 현장 답사와 보고서 검토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같은 회사 내의 금융지원 부서, 사업주, 타국 ECA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회의를 거칩니다. 프로젝트에서 예상되는 환경사회 영향에 대한 다른 ECA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예상되는 문제들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이러한 조치들을 사업주가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금융계약을 체결할 때 어떤 조항을 추가해야 할지 등을 논의하고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하여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렇게 검토한 심사 대상 프로젝트의 환경심사 정보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한국수출입은행 홈페이지에도 공개하고 있으니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한번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금융지원을 결정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출받아 요구사항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금융계약서상 약정한 내용을 불이행하는 경우 적절한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출금 상환 시까지 관리 업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담당한 업무를 소개해 드렸는데, 처음에는 아마 멀다고 느끼셨을 은행과 지구환경과학의 연결고리를 조금이나마 발견하고, 취업을 고민하시는 분들께는 이런 분야도 있구나 하고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석사 과정 중 고민했던 주제와 100% 이어지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구과학과 환경에 대한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제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직무를 선택하게 되었고, 환경지질학 특강, 수리지질학 등을 통해 배운 전공 관련 지식들과 논문 작성, 학회 참석 및 발표 등을 통해 연습한 연구 분야에 대한 소통은 입사 과정 그리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제가 하고 있는 일이나 비슷한 분야에 관심이 생겨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 정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저도 적지 않은 고민을 했었기에, 편하게 연락해 주시면 저도 가능한 데까지 같이 고민하고 경험을 나눠드리겠습니다. 그럼 짧지 않은 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설 연휴인지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구성원분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 Profile ***** | ||
2014.03. - 2018.08. 2018.03. - 2020.02. 2020.12. - 현재 | 고려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이학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학석사 한국수출입은행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