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활이란 구름을 걷히고, 기상청으로

2023-03-14l 조회수 4557


『수험생활이란 구름을 걷히고, 기상청으로』


문찬혁 사무관 | 기상청



안녕하세요. 2022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기상직에 합격한 문찬혁입니다. 행정실의 기고 요청을 처음에는 흔쾌히 수락했지만 그동안 동문칼럼에는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선배님들이 글을 써주셨던 것을 보고, 저는 단지 기상청 입사 시험에 합격했을 뿐이어서 자격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여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사무관으로 기상청에서 일을 시작해보고 싶은 선후배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기상청에 들어오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

 1) 기상청의 전반적인 업무

 5급 공채 기상직에 합격하면 기상사무관으로 기상청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기상청에서는 날씨예보, 기상관측, 지진 및 화산, 기후감시, 기상산업진흥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기상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할 수도 있지만, 기상청 유튜브 채널의 ‘찐기상청사람들’이라는 기상청 직원 분들의 다양한 업무소개 영상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시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2) 예보국 사무관의 업무

  ① 교대근무 시스템

 기상청에서의 메인 부서는 예보국이기 때문에 예보국 사무관들의 업무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예보국에서 전국의 예보를 주관하는 총괄예보관실에서 업무를 하게 된다면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에서 보셨을 그런 환경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총 4개의 총괄예보관실이 순환을 하면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기상청은 ‘야휴주주주야휴야휴비비비’의 12주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때 주간은 8~19시, 야간은 19~8시, 휴는 야간근무가 끝난 날, 비는 온전히 쉬는 날입니다. 이러한 12주기 시스템은 주간 근무 중심이며, 예보관들의 건강을 위해 야간 근무를 이틀 연속으로 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② 총괄예보관실 사무관의 업무

 기상청에서는 10명에서 20여 명이 하나의 부서(과)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부서장(과장)이 보통 서기관(4급)이고, 부서 내에 각각 다른 업무를 하는 3~4개의 팀이 있는데 사무관(5급)은 이 팀장 역할을 합니다. 이는 총괄예보관실도 마찬가지여서 총괄예보관실에는 단·중기예보 담당 사무관 1명과 초단기예보 담당 사무관 2명이 있습니다.

 단·중기예보 사무관은 먼저 전국의 예보토의를 주관합니다. 과장님이나 국장님이 설명할 때, 그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여 관련 자료를 화면에 띄워 토의 참여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보 종합 업무도 하는데, 각 지방청, 단·중기 팀, 과장(총괄예보관) 등의 의견을 모두 취합하여 단·중기예보를 결정하고, 이를 예보일지에 적어 정리하여 다음 교대 조에게 넘겨줍니다. 폭염, 태풍, 한파 등 기상특보도 특보사항을 고려하면서 발표합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 같은 태풍이 발생하면 태풍 베스트트랙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태풍정보가 나갈 때마다 매번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이 사무관의 몫입니다.

 초단기 사무관은 즉각적인 반응을 해야 하다 보니 실황감시가 기본 업무입니다. 단기간 내로 강수가 있을 예정일 때 초단기 사무관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예보를 결정하고, 초단기 관련(호우, 대설 등) 특보를 발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느라 무척이나 바빠집니다.

 초단기 사무관 중 한 분은 언론 및 타부처 소통을 담당합니다. 대통령실에 보고하는 내용을 작성하며, 대변인실과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방송사나 신문사를 상대합니다. 가령 강수량 변동과 같은 예보 수정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언론에서 잘못된 내용을 보도했다면 정정하는 요청, 호우 등 재난 우려 시 긴급방송을 요청하는 권한도 있습니다. 유튜브에 매일 2회 올라오는 오늘날씨와 내일날씨 영상도 소통 담당 사무관 감독하에 제작됩니다.

 이렇게 본청 및 지방청이 예보를 공동생산하는 과정에서의 의견 조율과 대외적인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사무관이 하게 됩니다. 

  ③ 다른 예보국 부서의 업무

 꽃을 맺기 위해서 뿌리와 잎 그리고 줄기가 필요하듯이 예보국에서 예보를 생산하고 국민에 전파되기까지 총괄예보관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특보의 기준과 생산된 예·특보를 전략적으로, 적재적소에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예보정책과의 역할이 없다면 아무리 예보를 낸다 한들 그 예보가 빛을 발하기는 어렵습니다. 재해기상대응팀은 심도 있는 예보 분석을 통해 예보 결정 과정에 기여하고, 위험 기상이 예상될 경우 정례·수시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설명하여 재난 안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그 외에도 일기도 생산 및 표출과 서버 관리를 통해 예보 생산에 편의를 제공하는 예보기술과와 폭염와 한파 등이 있을 때 같은 날씨에서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영향을 기상정보와 함께 제공하는 영향예보를 생산하는 영향예보추진팀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어우러져 예보라는 결실이 만들어집니다.

 

 3) 정책부서 사무관의 업무

 기획조정관, 기후과학국, 기상서비스진흥국 등의 정책부서를 가게 된다면 주제만 기상 관련일 뿐 다른 부처의 사무관들과 거의 비슷한 업무를 하게 됩니다. 사무관으로 기상청에 입사하면 비현업 부서에 가게 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것을 잘 설명해준 현직 중앙부처 사무관의 글을 첨부합니다.

사무관은 대체 무슨 일을 할까? (https://brunch.co.kr/@psat/26)

보고서 작성이나 민원 및 언론 대응, 다부처 협력 등 사무관의 업무는 3차 면접에서 맛보기를 하고, 합격 후 연수원에서 17주 동안 훈련을 받게 됩니다.

 


2. 과목별 공부 방법

 1) 전공 수업 추천

 5급 공채 기상직 2차시험에서는 필수 과목 3개(기상역학, 일기분석 및 예보법, 물리기상학)와 선택 과목 1개(기상측기 및 관측, 미기상학, 기상통계학, 기후학, 전자공학, 수치예보 중 1개)에 대해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다만 2025년도부터는 선택 과목은 폐지되고, 필수 과목 3개만 시험을 치릅니다.

 과목명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2차시험은 대기과학 전공 시험으로, 우리 학부의 다양한 대기과학 수업을 수강하면 시험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래 표에 각 학년별로 들으면 좋은 수업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물론, 기상학 전반을 알아야 하는 2차시험의 특성상 아래에서 제시되지 않은 과목들(기후학개론, 대기화학개론 및 실습 등)도 시험 대비에 도움이 됩니다.

  1학기 2학기
2학년   대기열역학
3학년 대기역학 1, 대기물리 1,
대기탐사 및 실험
대기역학 2, 대기물리 2,
대기분석 및 실험,
대기수치모델링 개론 및 실습
4학년 예보학 및 실험,
대규모대기역학, 종관기상학
중층대기, 위성기상기후학,
미기상학

 

 2) 공통

 다양한 수업을 수강하며 다소 산발적으로 배웠던 전공 내용들을 「운명기상학(문찬혁)」, 「대기과학개론·알기 쉬운 대기과학(한국기상학회)」를 통해 전반적으로 기상학 내용을 다질 수 있습니다. 알기 쉬운 대기과학은 대기과학개론의 개정판이지만, 쉽게 개정되면서 빠진 내용들이 있어 대기과학개론도 함께 공부하는 걸 추천합니다. 참고로 「운명기상학」에 있는 내용이 작년에 다수 2차시험에 출제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기출 분석도 중요한데, 5급뿐만 아니라 9 ,7급과 지구과학 임용의 기출문제들을 전부 숙지해야 합니다. 5급 시험의 경우에도 기출분석만 잘 되어 있어도 절반 이상을 맞힐 수 있습니다.

 

 3) 기상역학

 사실상 「An Introduction to Dynamic Meteorology 4판(Holton)」이 시험범위입니다. 학부 수업 때에도 꾸준히 다루는 교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학부 수업에서 Holton의 모든 내용을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2차시험 준비를 위해서는 수업에서 배우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꼼꼼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Holton에서의 서술만으로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기상역학(이우진)」과 「Atmospheric and Oceanic Fluid Dynamics(Vallis)」을 발췌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4) 일기분석 및 예보법

 우리나라의 기상현상이 출제가 되므로 일기도 분석 파트는 국문 교재나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일기분석 관련 학습영상과 교재들로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에 잡히는 예보기술」, 「Why? How!」가 기상청에서 공을 들여 만든 교재이기도 하고, 기상직 9, 7급에서는 거의 공식적인 시험범위이기 때문에 기상직 5급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2010년대 초반에 몇 번 출제되었던 「일기도와 날씨해석(이우진)」과 우리 학부의 종관기상학 수업 교재인 「Midlatitude Synoptic Meteorology(Lackmann)」도 반드시 봐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Practical Meteorology(Stull)」에서 전선, 저기압에 대한 내용을 보충하기 좋았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잘 이해하거나, 현직 예보관의 일기분석을 체험해 보기 위해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학점은행제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어 재학 중에 수강해도 크게 부담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손에 잡히는 예보기술」 등의 교재를 집필하신 한상은 예보관님의 강의를 추천합니다.

 

 5) 물리기상학

 물리기상학은 구름물리학, 대기열역학, 대기복사학 등이 메인 주제이고, 대기화학이나 미기상학, 원격탐사(위성, 레이더)에서도 간혹 문제가 나왔습니다. 공부 범위를 엄청나게 넓힐 수도 있지만, 시험 문제는 생각보다 좁은 범위에서 나오는 편이므로 시간이 부족하다면 「운명기상학」과 학교 수업자료들, 「Atmospheric Science(Wallace&Hobbs)」의 물리기상학 파트, 그리고 「예보관 훈련용 기술서」정도면 됩니다. 추가적으로 「Practical Meteorology(Stull)」에서는 위성 및 레이더, 경계층 쪽이 내용의 깊이가 적당하고 좋았습니다. 기출분석을 위해서 「A first course in atmospheric radiation(Petty)」를 공부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어려운 부분을 제외하고 정독을 해도 좋은 교재입니다. 2021년에는 「An Introduction to Atmospheric Radiation(Liou)」에서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었는데, 이제 우리 학부 수업에서도 다룬다고 하니 다행인 것 같습니다.




3. 마치며

 옆에서 저를 지켜보는 친구들은 기상청 사무관이 저의 천직이라고 추켜세워 주기도 합니다. 저는 9급으로 기상청 대변인실에서 잠시나마 일을 했었는데, 들어오고 싶었던 조직에서 다른 분들이 기상 업무를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서 꼭 이곳에 다시 와서 예보를 포함한 다양한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5급으로 들어가면 조금 더 일은 많아지겠지만, 난이도 있는 업무들을 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출 풀이 등 공부 자료나 궁금하나 점이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chandestiny@naver.com). 앞으로 지환부에서 더 많은 사무관들이 배출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ㅎㅎ


 


***** Profile *****

2020.02.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학사 졸업
2022.10. 국가공무원 5급 공채 기상직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