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에서의 소중한 경험 – 장점에 집중하기

2021-09-14l 조회수 2263
안녕하세요. 올해 3월부터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해양학전공)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윤승태라고 합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부터 열심히 봤었던 SEES letter인데 이렇게 직접 선후배님들께 글을 쓰자니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네요. 우선, 코로나로 인해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 상황에 모두 고생이 많습니다. 모두 건강 잘 챙기면서 하시는 일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문 칼럼 작성 의뢰를 받고 지환부 선후배님들께 어떤 얘기를 들려 드릴까 고심을 하다, 저의 그리 많지 않은 경험들 중 극지연구소에서의 박사 후 연구원 시절에 관해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2017년 8월 동해에서의 해양 물리 연구를 통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요. 학위를 마무리할 무렵에는 외국에서의 연구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 대학들을 탐색하고 박사 후 과정 지원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극지연구소에서 극지 해양 물리 자료를 다룰 수 있는 박사 후 연구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고, 연구 환경도 바꿔보고 해외 지원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국내 연구 기관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좋겠다 싶어 지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졸업 후 바로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극지연구소에서 속했던 부서는 해수면 변동 예측 사업단이었습니다. 해당 사업단은 2014년 시작한 ‘장보고기지 주변 빙권변화 진단, 원인규명 및 예측’ 해수부 R&D 사업을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부서인데, 다학제적인 연구 사업을 기반으로 부서가 구성되다 보니 소속 연구원들의 전공이 매우 다양했습니다. 저는 사업단 내 유일한 해양 물리 분야 학위자로서 극지 해양 물리 연구를 주로 담당하였습니다. 제 전공 분야와 관련해 심도 있는 조언을 해 줄 연구자가 없어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사업단은 높은 연구 자유도를 가지고 근무를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2018년 3월 첫 남극 출장에서의 해양 계류선 설치 작업 모습(왼쪽, 저 멀리 보이는 빙하는 드라이갈스키 빙설), 로스해 테라노바만에서 바라본 남극 장보고기지 모습(오른쪽)
▲ 2018년 3월 첫 남극 출장에서의 해양 계류선 설치 작업 모습(왼쪽, 저 멀리 보이는 빙하는 드라이갈스키 빙설), 로스해 테라노바만에서 바라본 남극 장보고기지 모습(오른쪽)

극지연구소에 입소하기 이전까지 남극과 북극은 논문으로만 접해봤던 곳들이었기 때문에 입소 초기에는 해양 물리 자료 분석과 연구를 수행하기보다는 동해와는 다른 남극 해양 현상들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 관련 논문들을 리뷰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또한 입소한 해 10월에는 학위 과정 때 받은 상 덕분에 극지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기회가 생겨, 남극 관문 도시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방문하였으며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에서 진행하는 PCAS(Postgraduate Certificate in Antarctic Studies)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남극을 알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약 2개월여의 남극 출장 참여를 통해 남극 해양을 경험하고 자료도 직접 획득하면서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남극 해양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017년 참여했던 PCAS 프로그램 수료증

사업단에서는 LIONESS(Land-Ice/Ocean Network Exploration with Semiautonomous Systems)라는 극지 관측 및 연구 플랫폼을 통해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과 활발한 협력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극지 해양 물리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이 기회를 통해 이들과의 공동 연구도 활발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대학 박사 후 과정 지원은 실패한 상황이었지만 이미 사업단에서 외국 연구진들과 협력을 통해 제가 하고자 하는 연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해외 연수 못지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2019년과 2020년에는 2편의 SCIE 논문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사업단은 장보고기지 사업 이후로 새로운 해수부 R&D 과제인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 돌발붕괴의 기작규명 및 해수면 상승 영향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연구비 규모가 장보고기지 사업에 비해 약 4배 정도 컸습니다. 또한 이 과제를 통해 극지연구소가 2018년부터 시작한 미국-영국 공동 연구 프로젝트 ‘ITGC(International Thwaites Glacier Collaboration project’의 공식적인 국제 파트너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2019년부터는 사업단의 규모도 더 커졌고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더욱 많아졌습니다. 저는 젊은 연구자로서 BAS(British Antarctic Survey, 영국의 극지연구소)에서 주최하는 ITGC:The Next Generation에 초청되어 ITGC 프로젝트 연구진들과 함께 연구 모임을 가지기도 하였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ITGC 프로젝트와 사업단에서 획득한 2020년 2월 스웨이트 빙하 근처 해양 자료를 활용하여 ITGC 프로젝트 연구진들과 공동 연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 2019년 8월 ITGC: The Next Generation에 참석하여 Ocean circulation & Delivery of heat의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물론 고생스럽고 힘든 때도 많았지만 극지연구소에서의 약 4년 동안의 연수연구원 기간은 한 연구자로서의 독립성과 연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의 연수연구원 생활이었지만 사업단의 단장님을 비롯하여 팀원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국제 협력의 장(場) 안에서 마음껏 연구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복기해보면, 사업단이 가진 많은 장점들 덕분에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고 이런 기회들이 다양한 연구 경험과 결과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도 박사 학위 졸업 이후에 박사 후 과정을 밟아나가실 분들이 있을 텐데 어떤 곳에서 어떤 연구를 하게 되든지 앞으로 자신의 연구 커리어에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본인에게 주어진 환경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약 10년 정도 해양학 분야에서 연구를 하며 깨달은 점은 결국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며 해양학 분야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고로, 국내 최고의 지구과학 관련 학과에 속한 우리 후배님들이 해양학자의 길에 많이들 도전했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물론 저도 앞으로 해양학자가 되기 위해 도전하는 후배분들이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여기서 얘기드린 내용들이 각자 분야에서 고군분투 중이신 우리 선후배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제 글을 읽고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부담 없이 메일 주세요(styoon@knu.ac.kr). 그리고 제가 올해 3월부터 전남일보에 ‘이타적 유전자 -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칼럼을 연재 중인데 이 또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모두 파이팅!!하시고 다음번에는 글이 아닌 대면으로 학교에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Profile *****
2011. 2.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이학사)
2017. 8.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석박사 통합과정, 이학박사)
2017.9.-2021.2.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現 빙하환경연구본부) 연수연구원
2021.3.-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