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에서 관악으로 돌아온 길

2021-03-31l 조회수 2661

안녕하십니까, 정수종 입니다. 저는 2018년 3월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10년 2월에 박사학위를 받고 8년이 지나 관악으로 돌아 왔지만 이제는 지구환경과학부가 아닌 환경대학원 소속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환경대학원 보다는 지구환경과학부라는 이름이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원고 요청을 받고 후배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인 “어떻게 서울대 교수로 오실 수 있었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볼까 합니다. 사실 뻔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운이 좋았다” 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2002년에 석사를 시작하여 2010년 9월 서울대를 떠나기 전까지 9년의 시간을 대학원 지구환경과학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냈습니다. 박사라는 학위를 손에 쥐고도 연구원이나 교수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 박사 학위를 받고 막연히 ‘이제 난 박사를 받았으니 박사후연구원(포닥)이라는 다음 단계로 가야겠다’ 이 정도 수준이 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박사 주제는 기후-생태계 상호작용 이라는 새로운 분야라 포닥자리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전혀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제가 찾은 방법은 AGU의 Job포스팅을 뒤지는 것이 였습니다. 그래서 Stanford와 Princeton 대학 두 군데에 지원을 했고 두 곳 모두에서 포닥오퍼를 받고 결국 Princeton으로 떠나 8년간의 해외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Princeton 대학에서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연구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라는 직종에 도전 해야겠다” 라고 처음 결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Princeton대학에서 3년,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3년 6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중국 심천시에 위치한 SUSTech (남방과기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중국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중국은 기회의 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너가 가라” 고 하면 선뜻 갈 사람은 아직 많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중국으로 간 것은 정말 ‘신의 한수’ 였다 라고 지금 스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였고 2년간의 중국 생활 동안 힘든 점도 많았지만 많은 것을 얻었고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저에게는 그 경험들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운이 좋았다” 라고 얘기하고, 제가 이렇게 지난 8년의 시간을 나열한 것은 후배들에게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8년동안 정말 쉬지 않고 도전했던 것 같습니다. 벼룩시장 채용공고 같은 AGU포스팅만 보고 도전해서 Princeton 대학으로 미국 동부에서 서부 LA NASA로 옮기려고 도전하고, 또 살면서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중국으로 가기까지 끊임없는 도전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시간 동안 제 연구 분야에서 학문에 대한 깊이나 학자로서의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구요. 이 짧은 지면에 더 많은 얘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부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해외에서 느낀 점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의 교육환경이나 연구 수준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여러분이 있는 그 곳에서 최선을 다해 도전한다면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연구실 소개를 잠깐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환경대학원 기후융합연구실을 이끌고 기후변화 모델링, 온실가스 추적, 탄소 순환, 기후-생태계 상호작용, 신재생에너지, 도시화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교수 1명, 박사 후 연구원 2명, 박사방문학생 1명, 석사 학생 6명, 학부 연구생 1명 그리고 저까지 총 12명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함께 연구를 하고 싶은 학생들은 언제든지 82동 221호로 찾아 오시길 바랍니다.


***** Profile *****
정수종 교수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1996.03.~2001.08. 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이학사)
2002.03.~2004.02.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이학석사)
2004.03.~2010.02.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이학박사)
2010.03.~2010.09.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연수연구원
2010.10.~2013.09. Princeton University, Princeton, USA 박사후연구원
2013.10.~2016.02. NASA Jet Propulsion Laboratory (JPL), Pasadena, USA 박사후연구원
2016.03.~2018.02. Souther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Shenzhen, China 조교수/부교수
2018.03.~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