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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든 관악의 교정을 돌아보며...
등록일 2018-03-09 조회수 1241
저자 이용일
첨부파일 1.PNG [1490407 byte]

안녕하세요. 이번 2월 말에 정년을 한 이용일 교수입니다.

 
제가 서울대학교에 부임한 것이 1985년 12월 말경이니 학교 한 장소에서만 교수직을 수행하며 생활한지가 32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학교에 재직했던 시간들이 이 글을 쓰면서 주마등 같이 지나가면서 행복했었다는 생각이 들며 미소가 저절로 스쳐 지나가네요. 그동안 저와 함께 근무를 하였던 선배, 동료 그리고 후배 교수님과 행정실 직원 분들을 비롯한 지구환경과학부 구성 가족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분들의 격려, 도움 등 베풀어 준 은혜가 없었다면 사회성이 부족한 제가 아마 오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고, 긴 세월이 참으로 길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돌이켜 보면 처음 근무하던 시절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이 열리기 전 시기였으며, 또한 학교에서 많은 소요가 있었던 시기였어요. 연구실의 스피커에서 나오는‘대학본부 앞으로 모여 달라’는 방송을 듣고 본부 건물 앞쪽으로 모였던 것도 엊그제 같은 기억으로 남네요. 물론 당시의 연구 여건은 지금 여러분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지요. 그러다 하계 올림픽이 끝나면서 한국 경제가 나아지고, 1990년 대 중반에 들어서 기초과학진흥법이 제정되고 발효되면서 기초과학 분야에 지원이 늘어나며 조금씩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우리 대학교는 여러분이 전 세계 어느곳에 내놓아도 부럽지 않을 정도의 교육 여건과 연구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가끔은 연구 여건이 부족했을 당시의 생활이 지금 보다는 조금 더 인간다운 생활을 하면서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기는 해요. 사회가 바뀌어지고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었지만 뭔가 생활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여러분은 이미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고 생활하고 있으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자신과 같이 비교를 해볼 과거의 기준이 없으니 오늘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여겨지기도 해요.

   
또 잠깐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았어요. 약간은 감성적인 모드로 들어가네요. 교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것은 물론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할 때까지 지낼 수 있는 여건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훌륭한 동료와 제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면서 저 개인의 능력을 벗어나는 연구 분야에도 도전을 해보면서 연구를 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저 한 개인의 적은 능력 밖에는 유지하지 못했을 것인데. 좋은 제자들과 연구를 하면서 항상 많은 되먹임작용으로 되돌아와 나 자신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즉 조금은 새로운 분야 쪽으로 연구의 보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느꼈던 행복감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어요. 강의를 하면서도 학생들이 질문하는 엉뚱한 내용으로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개념들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는 시간은 뒤돌아보면 나 자신의 기초를 더 튼튼하게 해주었어요. 이 지면을 빌려 그동안 저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과 연구를 하며 같이 고민을 해 주었던 제자들 모두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합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오늘의 제가 정년을 잘 맞이할 수 있었어요. 또한 여러분이 있었기에 나 자신을 담금질 하면서 지내왔던 긴 세월 동안 정말 행복했고 고마웠어요.

    
이제 우리 지구환경과학부의 학부 재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고자 해요. 여러분이 서울대학교의 지구환경과학부에 학부로 입학을 하였을 때를 한 번 다시 되돌아보아요. 물론 지금은 그때의 행복했던 감흥이 많이 희석 되었겠지만요. 여러분의 뒤로 또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여러분이 그랬던 것처럼 또 새로운 대학 생활을 시작할 것이고요. 어느 학년에 재학을 하고있든 간에 여러분이 지구환경과학부의 가족이 된 것은 아마 여러분의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정해진 것이었을 거예요. 가족의 일원으로 되기 위해 물론 자의적인 판단도 있었을 것이고 타의적인 판단도 있었을 것이에요. 저 역시 부모님의 조언을 많이 받았었지요. 처음에는 솔직히 이에 아주 만족하지는 못했어요. 여러분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일단 가족의 일원이 되었으면 이에 대하여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즐기고, 책임과 의무도 여러분 자신이 주체가 되어 지켜갔으면 바래요. 제가 항상 학부에 입학한 저학년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였지만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아 망설였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여러분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정해진 교육의 틀 속에서 다른 학생들과 학업 경쟁을 하면서 지내오다 대학으로는 각자의 전공을 택하면서 졸업과 함께 흩어졌어요. 고등학교라는 체제 내에서는 서로 간의 우열이 있었고, 이에 따른 대학의 선택도 있었을 것이고요. 그런데, 이제 서울대학교의 지구환경과학부에 입학한 이상 여러분에게 있었던 이전의 모든 것은 모두 여러분의 곁을 떠난 것이에요. 이미 돌아오지 않는 과거가 되어 버렸지요. 여러분은 이제‘현재’라는 진행형의 시간을 살고 있으며, 여러분의 앞에는‘미래’라는 잘 모르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어요. 다시 말하면 지구환경과학부를 입학하지 않은 이전의 고등학교 학우들은 이미 여러분과는 사뭇 다른‘현재’를 살아가고‘미래’의 시간을 살아갈 것이에요. 이점에서 이전의 학우들과는‘현재’뿐 아니라‘미래’의 생활을 서로 비교할 수 없을 것이에요. 저는 이점을 여러분에게 강조하고 싶어요. 또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미래’는‘현재’의 자신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는 계획된 모든 것들이 예상대로 모두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겠지만요. 그래도‘현재’는 최선을 다해야 해요. 이제 여러분의‘미래’는 지구환경과학이라는 분야에서 꿈을 펼칠 때 여러분에게 조금씩 그 가능성을 보여주며 여러분에게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에요. 여러분이 점점 지구환경과학 분야에서 성장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분야를 선도하는 사람이 된 후 먼 훗날 다른 분야를 전공한 친구들과 만나 서로 악수를 하며 그동안 이렇게 살아왔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 바래요. 우리 모두 당당한 자신만의‘미래’를 만들어보기 바래요. 이렇게 하면 여러분이 속한 지구환경과학분야의 발전도 이루어질 것이고 이는 앞에서 여러분에게 이야기한 가족의 일원으로 책임과 의무도 저절로 이행한 것으로 될것이에요. 여러분에게 앞으로의 인생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아직 피부에는 와 닿지 않겠지만 긴 호흡으로 살아가기를 바래요. 수명이 길어지는 사회가 다가오는 것인 만큼 30-40대의 성공보다는 조바심을 가지지 말고 50대와 그 이후의 여러분의
모습을 그려보고 장기적인 대비를 하여주기 바래요.

     
대학원에 재학을 하고 있는 학문후속세대 대학원생들도 학부 과정에서 많은 개인적인 고민과 선택을 거치며 지구환경과학 분야의 학문의 길로 입문을 하고자 진학을 하였지요. 이에 저는 여러분에게 선택을 잘 하였다고 치하를 하면서 앞으로 계속 학업에 정진하여 자신들이 그려내는 미래에 대하여 차근차근 준비를 잘 하여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미래에는 여러분이 선택하여‘현재’에 있는 것처럼 항상 선택이라는 갈래 길이 놓일 것이고 또 어떤 길이든 선택을 하게 될 것이에요. 항상 모든 것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후회가 없을 것이에요.

    
제가 아는 하나의 시를 소개하고자 해요. 이 시는 미국의 시인인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가 지은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의 하나로 그는 자연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어요. 여러분이 선택한 결정에 대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내용 같아서 한 번 읽어보고 음미해 보면 좋겠어요.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몸이 하나니,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굽어져 내려가는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 보았습니다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할 길이라 여겼지요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 했으니까요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로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두 길이 거의 같아지도록 되겠지만요,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이 시는 사실 그의 시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시 중의 하나라고 하네요. 어떤 사람들은‘여러분이 선택한 길을 따르라’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의미에 아이러니를 표현한 것이라는 것이지요. 마지막 연에서 언급된“한숨”에 대해서 후회와 만족의 표현으로 보이지만 이 시의 화자 (話者)가 두 길에 대한 내용을 전할 때와 미래에 전할 내용과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여러분은 다른 길에서 좋은 것을 놓치는 것이 틀림은 없지만 이는 우리가 모르는‘미래’에 관한 것이니 선택한 것을 후회하면서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자는 의미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답니다. 시의 화자가 선택한 것처럼 남들이 많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였을 때 그 앞에 펼쳐질‘미래’는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기대가 될 것입니다. 자기의 족적이 더 선명히 오랫동안 남을 확률이 더 많을 것 같지 않아요? 저는 이런 선택에서 주어진 길을 걸었던 것이 많은 기회가 있었고 아주 행복했었다고 여러분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미국의 작가이고 화가인 폴 호간 (1903-1995)의 어록을 전해드립니다. 이는 우리 과학을 하는 모두가 한 번 되새겨 보아야할 내용인 것 같아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자기 자신의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실재를 보게 된다. 더 나쁜 것은 환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는 마음의 눈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육체의 눈으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학부 및 대학원 학생 여러분, 동료 교수님들, 그리고 행정실 직원 여러분과 SEES Newsletter 지면을 통해서‘안녕’을 할 때가 되었군요. 그동안 함께 있어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지구환경과학 분야를 선택하여 여러분에 앞서서 행복하게 살아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미래의 여러분도 행복하게 살았었다고 회상할 수 있기를 바래요. 아마 앞으로 계속 전진을 한다면 여러분도 꼭 그럴 거라고 믿어요. 저는 세월이 지나가면서 지구환경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좋은 연구를 하였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또 많이 행복해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발전을 기원합니다.